나는 그를 잠재우려 애쓴다1 나는 그를 잠재우려 애쓴다 - 조정권 간밤엔 필름이 끊어져 있었지. 내가 내 옆에서 나를 뉘이면서. 내 옆엔 갯벌이 있었고 또 그 옆에 허우적대는 팔이 있었는데. 그 바다의 팔이 나를 부축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나를 매일 재워야하기 때문에 바다의 손을 쥐고 싶었다. 그 손에서는 늘 파도소리가 났기에. 난 그 손을 쥐고 있었다. 그 손을 쥐고 나는 생을 거꾸로 살리라 작정했었다. 너와 나의 모든 언어에서 자기를 해방시켜 자유가 된 말인 동시,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언어. 그. 내가 낯선 '그'라는 것. 내가 그라는 말 옆에 갯벌처럼 길게 누워있었구나 그처럼 나와 그 사이는 반평생 끊어져 있었구나. 간밤에 나는 잠깐 필름이 끊어져 있었지. 내가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그의 손을 쥐고 산꼭대기 어디든 헤엄쳐보리라 생각했었다 아무 것도 아니고 아.. 2010. 3.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