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필름이 끊어져 있었지.
내가
내 옆에서 나를 뉘이면서.
내 옆엔 갯벌이 있었고
또 그 옆에 허우적대는 팔이 있었는데.
그 바다의 팔이 나를 부축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나를 매일 재워야하기 때문에
바다의 손을 쥐고 싶었다.
그 손에서는 늘 파도소리가 났기에.
난 그 손을 쥐고 있었다.
그 손을 쥐고 나는 생을 거꾸로 살리라 작정했었다.
너와 나의
모든 언어에서 자기를 해방시켜 자유가 된 말인 동시,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언어.
그.
내가 낯선 '그'라는 것.
내가 그라는 말 옆에
갯벌처럼 길게 누워있었구나
그처럼 나와 그 사이는 반평생 끊어져 있었구나.
간밤에 나는 잠깐 필름이 끊어져 있었지.
내가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그의 손을 쥐고 산꼭대기 어디든 헤엄쳐보리라 생각했었다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런 뜻도 없는
'그'
언젠가 한번 내가 나를 만날 때 존경을 표하고 싶었던 '그'.
허기진 머릿속에서 먼 포성처럼 허기지게 울리는 '그'.
그 옆에서 내가 나를 잠재우려 애쓰면서.
내가 '그'를 나날이 잠재우는 그가 되면서.
여전하다는 말을 요즘 들으면 짠한 마음이 든다
여전히 살기 위해 여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요즘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뢰의 의미
어서 야망의 공간을 벗어나서
존경하는 그를 살고자 할 수 있도록
나는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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