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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by 가라 2014. 5. 31.
5월의 마지막날이 되었다

3월말까지 공연을 하고

4월의 마지막 1주일을 제외하고는 해외 여행을 다녔다

5월 초의 1주일은 가족 여행을 갖다 왔다

그렇다면 공연이 끝나고 거의 한 달 정도를 집에서 보내고 있는 것인데

집 정리도 이제야 조금씩 되어 가고 있다

한 달 전에 빌린 책은 여태 다 읽지 못 했고, 1년 정도 전에 빌린 책들 역시 읽지 않은 것이 수두룩하다

글을 쓰겠다고 자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쓴 글은 5개가 되지 않는다, 일기를 포함해서, 완성되지 않은 메모를 포함해서...


하지만


희수와 늘 사랑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책 읽고 쌈 싸 먹는 모임이 3주차로 접어들었다

청소 말고 방 정리를 한 차례 했고, 앞으로 3~4회차가 더 있을 예정이다

식사는 거의 집에서 해 먹는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늘 써야 할 글에 대해 생각을 한다

며칠 동안은 기타를 쳤다, 굳은살이 다시 배기 시작했다


기타를 연습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기타 연습이 꾸준해지다가 다시 멈춰버리는 순간을 꽤 많이 겪었다

대체로 바쁨이 이유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보통 한두 곡에만 집중해서 연습을 하면 주법도 익숙해지고, 반주나 가사도 어느 정도 외울 수 있게 되는데

그때면 늘 다른 곡에 한눈이 팔린다. 외운 줄 알았지만 부분적으로 틀리는 곡들을 하나씩 다 쳐보기도 하고,

혹은 지금 이제 완성된 것 같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의 완벽성을 더하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지쳐간다

버징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왼손 끝에 힘을 주거나, 소리를 더 크고 맑게 하자고 오른손가락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면 잘 치던 것도 더 못 치게 된다, 하지만 극복을 위해서 애를 쓰지, 잘 안 풀리면 알고 있던 다른 곡을 쳐 보거나

의미 없는 멜로디를 뚱땅거려 보거나, 기타로 뭐든 하려고 한다

이 시간은 몇 시간이고 갈 수도 있다

그걸 끊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잠깐이라도 공들여 연습했다면 기타 따위는 던져 놓고 딴 생각만 하고 살아도 된다

아직 굳은 살도 배지 않았는데 두 시간 후에 다시 기타를 잡는다거나 밤에 다시 기타를 잡아도 실력이 느는 건 한계가 있다

긴장해서 열심히 해야지, 한다고 했을 때 내가 기타로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엄청나게 예술적인 기타리스트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닌 마당에, 지속성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쉴 때 잘 쉬어야지

할 때 즐겁게 하고

운동이 습관이 되어 가듯이, 짧게나마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지

운동도 욕심에 빠지는 순간 힘들어진다. 점차 관절의 어긋남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하루 종일 바른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애를 썼더니, 멀쩡한 무릎 관절에 통증을 느끼고,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다

몸이 한 순간에 원상 복귀가 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얼마 전에 류중일 감독이 하는 소리가, 프로 입단한 선수가 프로에서 제대로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려면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이제 1년 운동해서 몸 상태가 자리를 잡을 듯 말 듯 해졌다

나는 무언가는 3년 이상 꾸준히 해 나간 적이 있었을까, 항상 끊어졌다. 과욕에 의해 연결되지 않은 노력들이 떠오른다

꽹과리 1년에 이어 요가 1년을 통해 인내에 관해 배운다

자꾸 다른 데로 도망치려는 마음을 고요히 붙잡아 둘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결코 하나에만 몰입해 평생을 살 사람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것 역시

써야한다는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쓸 수 없다

어쩐지 모니터 앞에 앉으면 다른 생각이 든다

쓰고자 하는 열망이 모자란가, 좀더 쉬어야 하나, 뭐든 써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는데, 쉬면서도 쉬는 게 아닌 생활을 계속 해 나간 것이 문제일 수 있을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버린 시간들도 많다


'해야 한다'는 늘 '하기 싫다'로 이어진다

그래서 해야 하기 전의 시간들이 너무나 많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만드는 건 올해 내내 추구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술자리도 멀어지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게 최소한 몇 달은 될 테니, 당장의 습관을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지 말자, 실제로는 어차피 정오 가까이 자지 않았나


아홉시에 일어난 오늘은 요 며칠의 압박감과 달리 평온한 상태에서 일어났다

방을 좀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겠다

싱크대를 보고 밥을 먹었더니 자꾸 답답해졌던 것도 극복하고, 책을 가까이 둘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 보자

뜬금없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떠오르는데, 수신제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

몸의 중심을 잡고, 집안의 질서를 파악하는 것이 과연 먼저였을까

몸의 유연성이 증가함에 따라 걷는 모양, 턱의 위치, 복식 호흡이 편안해지는 방식 등이 계속 바뀐다

그런 긴 혼돈의 시간 중에 어느 정도 내 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헷갈리고 답답한 시간이 있더라도

안 하는 동안 잊어버리고 살자

하루에 하나만 해도 힘들다


운동의 습관이 자리잡았으니

본격적으로 글쓰는 습관을 만들어 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쓰기

우선 야구를 끊자, 아침에도 뉴스를 보게 된다

술을 끊고 고기를 줄이듯이

서서히

저녁에 일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도피니까

운동보다 글 쓰는 걸 먼저 하도록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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