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의 기운이 넘쳐 흐르던 때에, 출소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영복 선생이 번역하여 출간한 다이 호우잉의 소설이다
이 책은 본래 공연을 마친 솔범이 아버지께 누군가가 선물한 책으로, 대학에 입학한 솔범이가 읽겠다고 가지고 있던 것을, 솔범이가 입대할 때즈음 솔범이 집을 방문한 내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몇 권 챙겨오며 내 책장에 놓게 된 것인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앞부분만 잠깐 보다 만 채로 돌려주지도 않고 있던 것을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소비에트, 중국, 북한 등지에서의 시회주의 리얼리즘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지 않고는 이 소설의 의미를 온당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휴머니즘이라는 단어가 전면에서 쉼없이 등장한다는 게 다른 문화권과 맥락에서라면 다소 맥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물론 휴머니즘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문화혁명과 사인방 숙청이라는 흐름에 있던 중국의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반복해서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의미를 띄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1인칭 시점으로 인물들 고유의 주관적인 시선과 생각에 기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작가의 후기에도 밝혔듯이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징으로 여겨지는 꿈의 장면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객관성이라는 허상에 대한 도전은 단순히 하나의 인물의 시점으로만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각 장 별로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됨으로써 입체성과 역사 해석에 대한 약간의 공정성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속된다
서로를 감시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시대에도 결국 인간이다. 휴머니즘에 가장 반대하는 입장에 놓인 시류가 내뱉은 "사람아 아 사람아!"를 제목으로 내세운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젊은 세대의 이상과 무침히 짓밟힌 현실의 대립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이 소설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변증법적인 형태일 수 있으나, 이 책이 한국에 출간된 시점은 소설 속 중학생이자 80년대의 대학생이 될 거라고 말한 한한의 세대가 천안문 사태를 겪은 후라는 사실이 여러 생각을 갖게 한다. 현대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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