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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껄렁

스무 살 여름에

by 가라 2012. 12. 29.
모래밭에서


하얗게 아름다운 모래밭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별을 그리고
저마다의 사랑을 쌓는다.

나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나만의 성을
누구보다 크게, 멋지게,
순수하게 쌓는다.

누구나 우러러볼 나의 성 너머로
두꺼비 집을 짓는 소녀가 있다.
그 순진한 눈빛과
모래밭에 선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성을 위태롭게 한다.

결국엔 같은 것인데,
바람이 불고 파도가 닥치면
다시 한낱 모래알로 돌아갈 것인데,
나는 무엇을 위하여,
어떤 순수를 위하여,
그러나-

그러나 모래밭이 허무하여도
성을 짓는 것은 나의 손이다.

나는 성을 무너뜨리고
다시
작품을 구상한다.





근래의 힘이 들어간 글들을 보다 보면 예전에 썼던 선언들만 못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는 유치뽕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설픈 건 지금도 보이는데
그래도 지금의 나를 부끄럽게 하는 힘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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