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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주말

by 가라 2011. 7. 24.

금요일의 달리기는 잘못됐다
2키로를 꾸준히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오늘도 거기까지 가보자 한 것이었으나, 식후 30분 밖에 안 된 시점에서 욕심낼 게 아니었다
덕분에 어제는 종일 죽만 먹었다
저녁 때 환희를 만났고 동대문과 대학로 일대를 걸었다
영화 고지전을 봤다
얼마 전 풍산개를 본 게 일 년만에 영화관에 간 거였던 것에 비해 주기가 짧다
고지전은 대단한 영화는 아니었으나 의미심장한 영화였다
분명 지금껏 한국의 전쟁영화에선 한 발 나아간 시선과 영상을 보여준다
아쉬운 부분은 한국 영화의 특색이라고 봐야 할지 알 수 없는 다소 비현실적인 듯한 인물-상황 구성인데(게다가 여자 저격수의 존재라니) 영화에서 다큐멘터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차가운 시선에서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은 있었다. 나름 신선한 줄거리 구성 역시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엉성한 데가 있어 후반부의 전개는 맥이 빠졌다
그럼에도 안개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전투-저격 장면들, 휴전 발표 후 기막히게 웃는 장면 등 멍하게 만드는 명장면들이 있어 종종 기억이 날 것 같다

새벽에 찾아간 찜질방은 5년 전에 수환이가 휴가 나왔을 때 간 곳이었다. 5년 전에 있던 많은 것들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있어서 반가웠지만, 몸 상태를 더 안 좋게 만들었다. 비싸도 여관을 갔어야 했나 싶다
오전엔 청파교회를 다시금 방문했는데
종교인이 아닌 입장에서 예배의 과정이나 찬양들이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으나 설교는 가슴을 때렸다
그런데 예배하는 모습이 어쩐지 연극의 절차처럼 느껴져 이상했다. 종교 생활이나 문화 생활이나

또 자기를 청한 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점심이나 저녁이나 베풀거든 벗이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라 두렵건대 그 사람들이 너를 도로 청하여 네게 갚음이 될까 하노라. 잔치를 베풀거든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청하라. 그리하면 그들이 갚을 것이 없으므로 네게 복이 되리니 이는 의인들의 부활시에 네가 갚음을 받겟음이라 하시더라

밑바닥에 깔아놓는 바닥짐이 있을 때 배는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에서 크게 뜨끔하는 바가 있었다. 최근에 생각하기로도 현재의 문제는 내 생각과 기준이 없는 것에 있었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주변의 시선에 흔들렸다. 그 점을 목사는 명확히 짚어냈다. 중심이 서지 않으면 주변의 칭찬과 비난에 쉽게 움직이며, 무시(無視)당하지 않기 위해 남들 눈에 띄는 무언가를 자꾸만 찾게 되는 것이라고. 중요한 것은 나의 바닥짐을 채워두는 것

작은 씨앗 하나 심어놓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조급해하며 살아온 지난날의 모습을 반성합니다. 잔치를 베푼 이의 넉넉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더욱 삶의 기쁨과 행복을 나누며 살겠습니다

그 마음을 다시금 생각해보자. 이웃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인간이 우습기 짝이 없거나 역겨운 모습으로 다가오기를 멈추었으면 싶다. 역시 나부터가 단단해져야겠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성가대의 전융, 2층에서 내려온 현우영, 이동찬의 고등학교 동창들을 보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환희가 내려가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명동과 종로 일대를 걸었고 영풍문고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는 지하철에서 헤어졌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또 낮잠인지 저녁잠인지를 잤다
식단과 자는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몸이 조금 더 안 좋아진 느낌은 있었는데, 이점에서는 정말 독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와의 만남은 좋지만 부담도 되는 이 현실이 답답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해 놓지 않는다면 평생 이렇게 될지도 모르니 좀 그렇게 해야겠다

내일부터 새로운 주가 시작된다. 토플 수업은 끝났고 한국어 교육 동영상 강의를 빨리 끝내야 한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차근차근히 해나가야지. 건강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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