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98 진급 끝나지 않을 것 같던 7개월이 끝이 났다 신종플루로부터 시작해 영화를 찍고 절망감에 분개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기나긴 방황이 종지부를 찍는 기분이다 나의 나약함을 가장 많이 발견했던 길었던 시간. 나는 진정한 약자의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맞게 되었던 그 시선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며칠 전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좌절하고 분개해야 했다. 길게 만들어왔던 것이 또 한 번 무너진 것을 느꼈지만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겠다. 두고 보자 세상아 2010. 4. 30.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마 2006년에 나왔을 때부터 이 연극을 얼핏 들어는 봤을 것이다. 나는 다만 386세대 우는 소리 같은 것들이 그리 반갑지 않아서 스쳐지났을 것이다. 이번에도 거의 스쳐지나듯 지나가다가 검색 중인 다른 연극들에 비해서는 계속 마음에 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결국 보러가기로 했었다. 오늘의 책은 신촌에 있다 사라진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 초년 시절 무언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떠들고 행동하던 국문과 91학번 동기들이 그 중 한 명이 새로 연 헌책방 오늘의 책에 모인다. 부채 의식이라는 것. 우리는 무언가 다른 것을 위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 나의 생도 남의 생도 어쩔 수 없다는 것, 그 와중에 누군가는 그것을 .. 2010. 4. 25. 따뜻한 오후 잠에서 깼을 때 해는 이미 서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올 생각도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막사 옆 바베큐 굽는 데에서는 비게이의 환송회가 벌어지는 듯했다. 함께 환송하고 싶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한 번 끼면 중간에 빠져나오기 힘들어하는 성격상 그냥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는 누르스름한 봄날 오후 다섯 시의 풍경이 따뜻하다. 마냥 녹아내리고 싶은 순간을 걷는다 어릴 때 나는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즈음을 좋아하지 않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상한 시간, 하교길에 늘어진 그 여유를 괴상하다고 여겼다. 아직 무엇이 나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무엇 때문에 지금은 따뜻하게 이 순간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명확한 것은 없지만 남에게 이 느낌을 .. 2010. 4. 17. 여유 이런저런 사고로 긴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지난 1월의 영화 촬영 이후로 가장 유쾌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책을 읽고, 기타를 치고, 물리 치료에서 배운 스트레칭을 위주로 한 운동도 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망은 조금 난데없기는 했지만, 연주해보고 싶은 재즈곡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해서 갑자기 블루스에 이런저런 책들까지 펴놓고 연주를 해보고 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스트레칭도 즐기고 있고, 이곳을 떠난 후에 마임 워크샵을 해 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가운데 이런 것들을 붙잡고 있는다고 돈이 쏟아지는 것도 아닌데, 다소간의 걱정이 있으면서도 안심이 되는 이상한 마음이다. 급하게 .. 2010. 4. 9.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