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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98

한 겨울의 꿈 꿈이라도 꾸는 듯한 열흘이 지나갔다. 눈까지 맞아가며 촬영을 끝마쳤다. 돌아가는 마음이 아쉽긴 하였지만 에너지를 회복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운동 선수는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고 배우는 꾸준히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했는데, 어느 새 내 삶에서 큰 비중이 되어버린 활동을 1년이 넘게 안 했다는 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올해로 타향살이는 10년째에 접어드는데, 9년 전 그해부터 지금껏 공연이나 촬영 현장 없이 보낸 해는 지난 해가 유일했던 것이다. 2001년에서 2010년, 1이 그 자릿수를 바꾸기까지 내 인생은 어떻게 변해왔던 걸까... 세 달 전까진 매일 같이 근무하던 정신 없는 곳에서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이틀의 근무를 뛰었다. 한창 일을 배우고 있었고 여기저기로부터 오던 변수와 스트레스가.. 2010. 1. 17.
달려라 호랑아 새해가 떠오른지 며칠 되었다. 근무 직전에 바라본 새해에다 대고 올해에는 제발 나의 길을 똑바로 찾아가게 해달라고 하였다. 연말을 코앞에 둘 때까지 압박감이 강했는데, 그래도 1월인가보다. 새해의 기운이 가득하다 내일부터 다음 주까지 영화 작업이 쉼없이 진행된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런 현장감이었는데, 지금 몸에 남아있는 감기 바이러스와 주말 한파가 걱정이긴 해도 역시 심장이 뛴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희곡이나 소설 쪽의 영감을 또 얻기도 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 원리인 듯하다. 지난 해에 포기했던 글들에 대한 새로운 영감들까지 떠올라 제법 재미가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 때 새해맞이의 다짐을 하였는데 덕택에 나는 생기가 돌기도 하고 일종의 책.. 2010. 1. 6.
교회에서 오늘 교회를 갔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나로서는 교회에 갈 일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데, 어젯밤을 함께 보낸 환희가 거창에 내려가기 전에 교회를 가야되는데 밥도 먹을겸 같이 가자 해서 모처럼 길을 나서 보았다. 해서 몇 년 전,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의 평창동 오피스텔에 아들된 도리(?)로서 얹혀살던 힘찬이가 역시나 아침 먹으러 가자고 새벽부터 나를 깨워서 데려갔던 용산의 청파교회(감리)를 가게 되었다 교회 건물 안 예배당으로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교단 뒤쪽에 붙어있는 '평화 세상을 여는 녹색교회'라는 표어와 양 옆에 내걸린 한자로 쓰여진 '평화'와 '생명' 두 단어였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한동안 잊고 있던 고교 시절의 예배들이 생각났다... 2009. 10. 25.
한글날 오늘은 한글날으로 일컬어지는 날로 훈민정음이 반포된지 563년이 되었다고 하는 날이다. 반포라는 말과 실제 통용의 알 수 없는 거리감이란 게 없지는 않을지라도 여하간 그런 날이다. 개인적으로는 모처럼 대학 전공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전세계 3000~6000개의 언어 중 희귀 언어 10여 개 중 하나인 언어로서의 한국어 말고, 세계에서 유래없이 정권에 의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과학적인 문자로 일컬어지는 한글은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던 일반 백성의 눈높이에 기반한 혁명적인 문자 체계라 할 수 있다. 한글 이전에 한국어의 표기를 위해 한자를 응용한 설총-설총은 신라시대 사람이고 이두가 대두한 것은 고려 때로 보는, 연대상 맞지 않다는 논의가 많으나 여기서 깊게 다룰 건 아니라 넘어간다.. 2009.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