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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구 이십칠

by 가라 2010. 9. 27.
학기가 시작하자마자는 모처럼 수업도 듣고 공부를 하는 게 즐거웠는데 한달도 안 되어 맥이 빠진다
공연 없이 보냈던 학기는 늘 어딘가 맥이 빠졌다
학점은 나쁘지 않았고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도 싫지 않았는데 절대 채워지지 않던 빈 가슴
이번 학기는 의무감이 큰 학기라 억누르고 시작하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더 일찍 맥이 빠진 기분이다
몸이 썩 좋지 않아 술자리를 가질 이유가 없어진 건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추석이 지나고 돌아와보니 어딘가 허해지는 것도 있다
어젯밤엔 굳이 말이 많았다. 안해도 될 말들이지 않았을까. 더욱 허랑해지는 마음이었다
역시나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 책만 읽고 남이 펼치는 일에 코멘트만 다는 일에는 더 큰 흥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어쩔 수 없이, 란 말로 이 선택을 했다
내년에 나는 어떤 자리에 있을지 알 수 없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연과 기회가 나를 찾아와야 하는지를 예전엔 몰랐노라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운에도 한계가 있다는데 나는 그것들을 너무 일찍 써버린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자괴감 속에 나는 여기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은 뭔가를 하고 싶다
이렇게 쓰고 보니
그런 답답함이라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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