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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네 달

by 가라 2010. 3. 28.

1.하늘이 맑다. 모처럼 날씨가 좋다

2.불과 네 달 밖에 남질 않았다. 또한 네 달씩이나 남았다. 올해 초만 해도 나는 영화를 찍느라 바빴고 지난 달에도 미칠 듯이 바쁜 와중에, 극을 쓰고, 영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연극 공부를 해서 몇몇 자격증도 따고,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생활이 가능한 일자리와 앞으로 나의 보금자리가 될 중요한 방도 구해, 이곳을 떠나자마자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가을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지금도 내가 그런 생활을 못할 것은 없다. 비는 시간을 미친 듯이 활용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미칠 듯이 활용할 수 없다. 쉬는 날이면 이곳을 뜨고 싶다. 쉬는 날도 많지 않다. 지금의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네 달이 끝날 것 같지 않게 길게, 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턱없이 짧게 느껴진다

3.어제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하나가 떠났다. 어쩌면 그렇게 친하진 않았을 수도 있으나, 서로를 나름 신경써주었다. 지금껏 동료가 떠날 때 이토록 아쉬운 적이 없었는데, 슬프다. 나는 차라리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다시 근무. 하루가 턱없이 짧게 스쳐지나버리고, 조급함이 더욱 커진다. 당장 나는 살 집도 못 구한 채 여기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돈도 한 푼도 없다. 답답하다. 마음에 여유만 있었다면 적어도 몇 개에 집중해서 진행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영 페스티벌이 힘들다면 포기를 하더라도, 1년을 이렇게 날려버릴 순 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감상에 빠지지 말자

5.날씨가 모처럼 좋다. 산은 높다. 구름은 저 갈 길로 흘러간다. 초계함이 침몰하고, 이호석은 답장이 없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자. 최대한 짧은 시간만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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