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깼을 때 해는 이미 서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올 생각도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막사 옆 바베큐 굽는 데에서는 비게이의 환송회가 벌어지는 듯했다. 함께 환송하고 싶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한 번 끼면 중간에 빠져나오기 힘들어하는 성격상 그냥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는 누르스름한 봄날 오후 다섯 시의 풍경이 따뜻하다. 마냥 녹아내리고 싶은 순간을 걷는다
어릴 때 나는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즈음을 좋아하지 않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상한 시간, 하교길에 늘어진 그 여유를 괴상하다고 여겼다. 아직 무엇이 나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무엇 때문에 지금은 따뜻하게 이 순간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명확한 것은 없지만 남에게 이 느낌을 확실히 설명할 재간이 없다. 다만 이 봄날의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에서 나는 하늘은 푸르고 꽃들이 핀 사월의 어느 날 오후 다섯 시의 풍경을 더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
이 짧은 봄날은 금세 지나가고 다시 날은 더워질 것이다. 그때 내가 자유의 몸이 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투명한 미래에 갖은 두려움이 들지만, 내년까지는 내 마음대로 살아보겠다는 그런 마음을 다시 잡아보고, 그 짧은 순간 동안 태워버릴 것들의 연료를 구상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기를. 이제야 생각하지만 꿈이란 건 명확히 설명될 수 있는 걸까 싶다. 어떤 직업을 갖는다거나 어떤 세상을 바라는 것, 그걸 꿈이라고 하는 것일까.
간밤에 솔범이에게서 '존재이유'라는 짧은 문자가 왔다. 도대체 뭔 소린가 싶어 전화를 했는데 신학을 공부하는 중에 이런 저런 깨달음을 얻고 있노라고만 말하는데. 지난 겨울에 찍었던 영화의 제목이 그것이었다. 우리는 왜 사는 것이고, 무엇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릴 때 나는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즈음을 좋아하지 않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이상한 시간, 하교길에 늘어진 그 여유를 괴상하다고 여겼다. 아직 무엇이 나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무엇 때문에 지금은 따뜻하게 이 순간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명확한 것은 없지만 남에게 이 느낌을 확실히 설명할 재간이 없다. 다만 이 봄날의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에서 나는 하늘은 푸르고 꽃들이 핀 사월의 어느 날 오후 다섯 시의 풍경을 더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
이 짧은 봄날은 금세 지나가고 다시 날은 더워질 것이다. 그때 내가 자유의 몸이 되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투명한 미래에 갖은 두려움이 들지만, 내년까지는 내 마음대로 살아보겠다는 그런 마음을 다시 잡아보고, 그 짧은 순간 동안 태워버릴 것들의 연료를 구상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기를. 이제야 생각하지만 꿈이란 건 명확히 설명될 수 있는 걸까 싶다. 어떤 직업을 갖는다거나 어떤 세상을 바라는 것, 그걸 꿈이라고 하는 것일까.
간밤에 솔범이에게서 '존재이유'라는 짧은 문자가 왔다. 도대체 뭔 소린가 싶어 전화를 했는데 신학을 공부하는 중에 이런 저런 깨달음을 얻고 있노라고만 말하는데. 지난 겨울에 찍었던 영화의 제목이 그것이었다. 우리는 왜 사는 것이고, 무엇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