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내 딴에만 복잡했던 여러 이유로 묵혀두려고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터뜨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어떠한 폭발도 일어나지 않은 채 가을과 겨울이 갔고 어느 새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았다
이십대 대부분의 가을처럼 올 가을도 바쁘다
한 해가 지났을 뿐인데
나는 많이 바뀌어 있다
나를 이토록 무심하고 무신경한 사람으로 보는 이가 많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나를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눈치보는 삶을 벗어던지려고 애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면 줄 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해서 받았던 상처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타인의 사소한 신호 하나에까지도 반응을 주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틈에 그런 것들을 다 버리게 되었을까
어느 사회 생활이 안 그렇겠냐만 약육강식의 쇼 비지니스의 세계-물론 연극성이나 예술성이란 이름의 포장지가 있긴 하지만-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케 된다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챙기지 못한 것도 같은데
바쁘게 바쁘게 앞으로 가려는 내가
내일이든 언제든 또 이 생각에 잠기려고나 할까
맥락에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 말이지만 사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말해도 모른다
너와 내가
안다는 게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