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나가다

한 겨울의 꿈

by 가라 2010. 1. 17.
꿈이라도 꾸는 듯한 열흘이 지나갔다. 눈까지 맞아가며 촬영을 끝마쳤다. 돌아가는 마음이 아쉽긴 하였지만 에너지를 회복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운동 선수는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고 배우는 꾸준히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했는데, 어느 새 내 삶에서 큰 비중이 되어버린 활동을 1년이 넘게 안 했다는 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올해로 타향살이는 10년째에 접어드는데, 9년 전 그해부터 지금껏 공연이나 촬영 현장 없이 보낸 해는 지난 해가 유일했던 것이다. 2001년에서 2010년, 1이 그 자릿수를 바꾸기까지 내 인생은 어떻게 변해왔던 걸까...

세 달 전까진 매일 같이 근무하던 정신 없는 곳에서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이틀의 근무를 뛰었다. 한창 일을 배우고 있었고 여기저기로부터 오던 변수와 스트레스가 많던 시간들이 끝나긴 한 모양인지, 이제는 스스로도 여유가 있었고 심지어 일을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지나고 보면 이 어리기만 한 친구들과 순진해서 다소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는 가운데 순수하기도 한 대화들을 끝없이 나누고 웃던 기억들과 고충들이 떠오를 것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과연, 이 생활도 서서히 끝이 보이나 보다

생활에 말 그대로 여유가 생겼다. 환경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고, 당장은 포기하고 있는 현실적 고민들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전역을 하면 가을엔 사라 케인의 유작을 공연할 것이고, 틈틈이 글도 쓰고 내년 이후를 준비하기도 할 것이다. 소문에 초조해 말고, 길을 뚫어 봐야지. 살아있으라

'지나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0) 2010.03.05
연극의 이유  (0) 2010.01.17
달려라 호랑아  (2) 2010.01.06
교회에서  (1) 2009.10.25
한글날  (1)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