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쉴새없이 달려왔던 한 학기가 끝난지도 한 달
플래너에 기입된 여러 절실했던 기록들이 험난했던 여정을 말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대외적으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할 거라고 하면서, 처리할 문제들을 처리하고 앞으로의 항로를 설정하기 위해 하루에도 세계 각국과 먼 미래 먼 과거를 넘나드는 구상에 시달려왔다
어제는 매운 음식(아주 매운 건 아니었지만)을 5개월 만에 시도했다(결과 오늘 죽을 맛이다. 그래도 원래 수치로 회복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잠을 충분히 못 잤음에도 피곤함을 덜 느꼈다
연극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슬슬 불이 붙는다
이제 바퀴벌레도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동생이 집을 다녀갔는데 바퀴벌레가 박멸되지 않았음에 절망했다. 지난 5개월간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면서 방을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했음에도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것에 깊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출몰 지역 근처에 베이트를 설치하고 근처를 막아봐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의외의 결론이 나왔다. 현관 틈새가 생각보다 컸던 것, 바퀴벌레는 적어도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모기를 잡고 잡아도 밤이면 앵앵거렸던 이유와, 난방이 된 이후부터 방바닥이 아닌 벽에서 바퀴벌레가 나타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벽 어딘가에서 바퀴가 튀어나온 게 아니라 집 밖에 살던 바퀴가 우연히 집에 왔다가 방바닥이 뜨거우니 벽을 타고 기어올라 간 것이었다. 문풍지를 사서 현관틈을 메우고 바퀴젤을 집에 설치해본 결과 역시나 집 안에는 바퀴가 없었다. 나는 열패감을 느껴가며 보냈던 지난 날 동안 집의 바퀴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좌절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되지도 않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바퀴와 싸우고 있었으니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오늘 근무를 마치고, 내일은 동생이 올라오기 전 집 정리를 마지막으로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정리해 보고 금요일 근무 후에 긴 설 연휴를 보내러 내려간다. 이제부터 몸이 움직인다. 위염도 곧 나을 것 같다
겨울잠의 끝이 보이는구나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 기라
지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