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제 신년이라고 해서 새로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어제도 새해 둘째날인 걸 잊고 있어 한참 솔범이와 딴 이야기를 하다가 새해 복 많이 받으란 이야기를 했고, 새해 들어 처음 맞는 평일에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도 딴 이야기를 실컷 늘어놓다가 새해 복 많이 받으란 인사를 했다. 영화나 볼까 싶어 설렁설렁 학교로 나간 것이었지만 새해 첫날부터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아직도 학교에들 남아 있구나 하며 위로인지 희망인지의 인사들을 나누다가 제 갈 길을 갔다
한 시간 반짜리 영화인 줄 알고 집어들었던 하얀 리본은 두 시간 반짜리였다. 시리어스 맨에 이어 결론 없는 갑갑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영화 트레일러와 감독 인터뷰 영상까지 보고 나면서 감상을 정리해 보았고, 예상보다 영화가 늦게 끝난 덕에 늦은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검색하러 컴퓨터실에 들렀다가, 매우 우연찮게도 진선이와 마주쳤다. 근 1년 반 만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의외이고 놀라운 만남이었다. 작년에 봤다면 분명 여느 때처럼 반갑게 인사만 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겠지만, 마침 주말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일도 안 하자고 마음 먹은 상태였고, 진선이도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본 것이었기에 각자의 오래간을 더듬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그 갑갑한 시간들을 요약해서 꺼내다 보니 저절로 그 기간의 의미들이 정리되었다. 취업 준비생이건 고시생이건 신입 사원이건 어떤 선택을 했건 간에 나름의 갑갑함에 미칠 것 같은 나이들이다. 믿음이 흔들리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따위에 휩쓸리며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어려서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그런 거라서, 우연에 기댈 때도 있고, 남보다 올라가고도 싶고, 도덕적으로는 결점이 없고도 싶은 기묘한 마음들. 제각각 분투하고 있음을 알고, 분투와 불운이 나만의 것임은 아님을 알면서 느껴지는 위안이 없지 않았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새해다. 글쎄 당분간, 미뤄두었던 휴식을 누리는 동안 뒤에 남겨둘 것은 다 버리고, 꼭꼭 여며두어야 할 것들을 되새기면서 항로를 정하다 보면 새로워질 수도 있다. 목적지에 언제 닿을지 알 수 없고 해풍은 심하겠지만 말이다, 닻을 올리고 돛을 띄울 그 마음이 심심찮게 기대가 되는군
한 시간 반짜리 영화인 줄 알고 집어들었던 하얀 리본은 두 시간 반짜리였다. 시리어스 맨에 이어 결론 없는 갑갑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영화 트레일러와 감독 인터뷰 영상까지 보고 나면서 감상을 정리해 보았고, 예상보다 영화가 늦게 끝난 덕에 늦은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검색하러 컴퓨터실에 들렀다가, 매우 우연찮게도 진선이와 마주쳤다. 근 1년 반 만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의외이고 놀라운 만남이었다. 작년에 봤다면 분명 여느 때처럼 반갑게 인사만 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겠지만, 마침 주말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일도 안 하자고 마음 먹은 상태였고, 진선이도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본 것이었기에 각자의 오래간을 더듬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그 갑갑한 시간들을 요약해서 꺼내다 보니 저절로 그 기간의 의미들이 정리되었다. 취업 준비생이건 고시생이건 신입 사원이건 어떤 선택을 했건 간에 나름의 갑갑함에 미칠 것 같은 나이들이다. 믿음이 흔들리고, 스스로를 부정하고,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따위에 휩쓸리며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어려서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건 그런 거라서, 우연에 기댈 때도 있고, 남보다 올라가고도 싶고, 도덕적으로는 결점이 없고도 싶은 기묘한 마음들. 제각각 분투하고 있음을 알고, 분투와 불운이 나만의 것임은 아님을 알면서 느껴지는 위안이 없지 않았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새해다. 글쎄 당분간, 미뤄두었던 휴식을 누리는 동안 뒤에 남겨둘 것은 다 버리고, 꼭꼭 여며두어야 할 것들을 되새기면서 항로를 정하다 보면 새로워질 수도 있다. 목적지에 언제 닿을지 알 수 없고 해풍은 심하겠지만 말이다, 닻을 올리고 돛을 띄울 그 마음이 심심찮게 기대가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