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이의 졸업사진전을 보러 종로로 나섰다. 어제의 아름다운 가을 날씨와는 다른 추위에 지하철을 타기 전 옷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갈 것을 고심하다가 더 늦으면 전시를 여유있게 못 볼까봐 포기했다. 종로에 내리자 이미 주위는 어두워졌다. 서울아트센터-공평에 내려 또래 학생들의 고민을 응시한다. 사진-미술-영상의 장르간 경계가 상당히 옅어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생각케 했는데, 덕분에 다양한 시선을 보는 마음이 좋다. 예전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태클 걸고 싶은 마음만이 컸는데, 이제는 다 좋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왔고 고민해왔고 세상을 보아왔던 그네들의 청춘에 박수.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기에 나를 지하철역에 바래다주고 힘찬이는 택시를 탔을 것이다. 예술이면서 기술일 수도 있는 사진을 하는 힘찬이가 굶어죽기란 지금의 나보다야 어렵겠지만, 졸업할 수 있음에도 졸업하지 않는 나나 졸업전시를 마치고도 이수해야할 학점이 있는 힘찬이나 내년부터는 이십대후반에 접어든다. 열일곱에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야 서울 막 올라와서 삐대고 다닐 때가 언젠데"
"야 이거 왠지 멋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의 마지막 대화는 짧았고 웃었고, 공백도 없었지만 돌아오는 길에서야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물만난 고기처럼 쏘다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 고3 때의 거창고 사택, 이십대 초반의 평창동 오피스텔, 약수동 빌라 같은 힘찬이네의 방문 기억들이 알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그 때 모르던 것을 지금은 알까, 그 때 알던 것을 지금은 잊었을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낯선 서울 땅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기에 나를 지하철역에 바래다주고 힘찬이는 택시를 탔을 것이다. 예술이면서 기술일 수도 있는 사진을 하는 힘찬이가 굶어죽기란 지금의 나보다야 어렵겠지만, 졸업할 수 있음에도 졸업하지 않는 나나 졸업전시를 마치고도 이수해야할 학점이 있는 힘찬이나 내년부터는 이십대후반에 접어든다. 열일곱에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야 서울 막 올라와서 삐대고 다닐 때가 언젠데"
"야 이거 왠지 멋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의 마지막 대화는 짧았고 웃었고, 공백도 없었지만 돌아오는 길에서야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물만난 고기처럼 쏘다니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 고3 때의 거창고 사택, 이십대 초반의 평창동 오피스텔, 약수동 빌라 같은 힘찬이네의 방문 기억들이 알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그 때 모르던 것을 지금은 알까, 그 때 알던 것을 지금은 잊었을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낯선 서울 땅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