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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대구

by 가라 2012. 8. 2.

밀양에서의 일정은 어찌저찌 잘 끝났다. 싫은 순간과 좋은 순간이 왔다갔다 하면서 휴가 같기도 공연 같기도 한 일정을 마쳤다. 낮에는 자원봉사자와 대학 팀들이 지나다니고, 풀로 뒤덮힌 유기농 식사를 하는 게 묘하게 필봉 전수관 시절을 생각나게 했고 밤에는 예의 다른 축제들이 기억이 겹쳐졌다. 여러 연극인들과 짧게나마 인사를 하기도 하고 낮에는 표충사와 얼음골 투어도 하고 함께 움직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많아 제법 괜찮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젯밤에 필름만 안 끊겼다면 더 나을 뻔했다


다섯 시가 되어서야 대구에 도착했다. 이사한 후 처음 오는 집이라 예전 집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새집엘 왔다. 어딘지 정이 안 가지만, 팔자에 역마살 낀 인생이 내집이 어딨었나 싶기는 하다

요양병원에 결국 가 계신 할머니를 찾아갔다

요양병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장례식장 안내가 있었는데 산책 갔다오는 어르신들 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 

지난 가을부터 쇠약해지신 할머니는 내가 기억하는 몸집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마르셨다

뭔가가 가까이에 다가오는 그 느낌이 이상했다

내 손을 쥐고는 아무 말도 없이 누워 있던 할머니의 눈빛에선 많은 말과 감정들이 지나가는 듯했다

중간중간 눈빛이 흔들리고 고개가 돌아갔던 날 보며 무슨 생각이 드셨을까

쾌활한 간병인과 할머니를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이런저런 증상을 이야기하는 가족들도 어딘지 서글프다

병원을 나와서는 글의 소재나 생각하고 있는 나 역시 괴상하다

무엇이 당신의 욕심과 집착을 버리게 한 것인지, 특별한 병도 없이 말라가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집 앞 홈플러스에서 간단한 쇼핑도 했고

공연 진행비 정산 작업도 마무리했다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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