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정은 이제 끝이다
오늘은 10분연극페스티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인사하고 언젠가 나를 소개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와 인사를 나눌 순 없었다
6편의 단촐한 연극들을 보자니 연출이나 극작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고, 12월의 극작과 1월의 연출을 어떤 식으로 할지 좀더 구체적인 루트를 그릴 수 있었다
삽질 - 도덕과 아닌 것의 경계에 대한 토론인데 그것을 농구공 주고 받기로 주로 표현한 건 별반 새롭지 않아 아쉬웠다. 남자의 마지막 결심까지 가는 과정이 연출적으로 더 표현되었어야 했나...
어떤만남 - 사실적인 연기는 어렵다. 저 있어 보이는 사이들이 사람들을 힘들게도 하는데 그래도 내용이 좋으면 계속 따라가게 된다. 연기만 잘하면 되나? 연출이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 현지는 이제 점차 발전하겠군, 좋은 연출 배우를 만나길
Dr. 프리츠, 또는...? - 배우로만 생각했던 두영 선배의 연출인데 몇 번 연출을 해 본 솜씨였다. 웃긴 걸로는 이곤 선배 연출작과 박빙을 다투었는데 여배우의 코믹연기가 상당했다. 극작의 방향성에도 저런 상징적이고 시적인 구도가 단막에서 보다 효과적인 걸 알고 있고, 내가 다음에 쓰더라도 저런 방향이 될 듯해 웃는 가운데에도 여러 생각. 다만 중반부 이후에서 같은 연기 패턴의 반복으로 웃기긴 해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데가 있었는데 좀더 잡고 갔으면 더 좋았을 듯했다
혈투 - 유일한 창작극. 창작극이라 그런가 뭔가 아쉽군 싶다가도 마지막 대사 하나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맛이 있었다. 빈부 격차나 사회 환경이 범죄자를 키운다는 메시지가 상당했는데 그 이전의 전개가 뭔가 아쉬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마무리로 넘어갔다
집어가지 마세요 - 대학연극제 할 때 만났다가 극단에서는 한 번도 다시 본 적이 없어 아직 관계 재정립이 덜 된 선용 선배가 출연했다. 코믹하게 사랑을 다룬 몇몇 옴니버스 연극의 한 에피소드를 잘 살린 듯
웰컴 투 더 문 - 그동안 이곤 선배의 개그 코드가 난해(?)하다고 느꼈는데, 나이를 드시고 여유를 찾은 건지 유머 감각이 상당히 세지셨다. 더 길어야 될 이야기가 줄어든 느낌이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10분 연극이라는 테마에 딱 맞는 극은 아니었는지도, 어쨌건 재밌었다
다들 끼리끼리 뿔뿔이 흩어졌고, 저녁을 학교에서 누굴 만나서 먹을까 그냥 집에 갈까를 고민하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재스 후배 정택이를 만나는 덕에 같이 저녁도 먹고 동아리방에도 들러봤다
후배들이 합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자주 억누르는 일렉 기타 재구입 욕구가 다시금 솓구쳤다
마지막 합주의 기억이 4년 전인데, 당분간은 계속 이러고 살겠지만 언젠간 다시 그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저장해 두고
4.18 안내실의 장경이는 작년까지의 나나 윤보의 모습을 보는 듯, 취준생의 우울과 불안, 걱정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힘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공감과 체념과 안심의 조언을 적당히 던져주다 나왔다
경희대 캠퍼스의 밤은 또 회기 자취방 시절의 기억들을 상기시키는데
혼자 가는 밤의 캠퍼스는 어딜 가나 여전히 별별 생각을 다 하게 한다
아직 다 나오지 않은 대본을 보기 좋게 정리해 달라는 부탁? 명령? 지시!를 받고 이래저래 다시 읽어본다
과부들 이후 여유있게 지나갔던 여름의 공연과 휴가들이 끝나고 다음 주부턴 본격적으로 큰 공연들이 올라간다
처용과 임차인, 최치언과 윤영선, 두 명의 다른 연출과 함께 할 바쁜 가을이 이제 시작
나는 또 나대로의 꿍꿍이를 하면서
나아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