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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주말

by 가라 2012. 8. 6.

밀양 가기 며칠 전부터 마시던 술은 어제까지도 매일 내 위장에 스며 들었다

더워서 도저히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낮을 극복해야 한다

그놈으 올림픽 축구 땜에 신체 리듬이 어긋난 것도 문제였지만(정작 술에 취해 자다가 우연찮게 깨서 승부차기를 본 게 다였지만) 

잘까 나갈까 뭘 할까 고민하면서 쓸데없는 인터넷 기사와 말초적인 링크들을 따라간 게 몇 시간이었다

어제도 미술관 나들이를 했으니 오늘은 쉬는 게 낫겠다였지만,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쓰고 이러고 있을 바에야 내일 사가야 되는 책이라도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녁을 먹고야 길을 나섰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할 때부터 그렇게 싫었던 명동의 인파였지만 날씨가 조금은 선선해지고 있고 시간적 여유도 즐기다 보니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무언가가 싫고, 무언가에 화가 난다면, 내가 싫고, 내게 화가 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나를 미워하고 남을 미워하며 지내온 바쁜 시간들이 있었다 싶다

무기력하게 버릴 뻔한 하루를 그래도 서점의 텍스트들이 살려주었다

연습 술 공연 술 헛짓 술 잠깐독서 술 로 이어지는 무반성의 시간은 참으로 위험하지만, 일이 바쁘면 일 외의 시간은 맘편히 보내하려다 무익한 짓거리만 하다 잠들게 되는 것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모니터 위에 붙여 둔 "글! 정신!"이라는 낙서는 선풍기에 펄럭거리고 앉았고 말이다

시어들이 새삼스럽다. 시를 사랑했던 적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턴 낭만적이기만 한 그네들이 싫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따금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또 그네들이다

이어폰이 삼년 만에 고장났기에 새 이어폰을 샀고, 베이스 출력이 세서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예전에 저장해둔 노래들을 이 생각 저 생각과 함께 흘리다보니, 열대야를 쉬는지 선선해진 밤거리를 즐거이 걸을 수 있었다

바쁘고, 더워서, 여유있게 걸은 날이 많지 않았다

집 앞 오락실에서, 그간 묵혀 놓았던 응어리는 노래로 다 풀어버리고 돌아왔다

내일부터 새 공연 준비에 들어가니

또 나의 태도도 새로워야 할 테니

조금은 일찍(?) 잠들어야겠다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있지만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 반가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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